너드팩토리 브랜딩

Introduction

브랜딩은 모두가 조금씩 정의하는 바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브랜드는 어떤 경제적인 생산자를 구별하는 지각된 이미지와 경험의 집합이며 보다 좁게는 어떤 상품이나 회사를 나타내는 상표, 표지이다. 숫자, 글자, 글자체, 간략화된 이미지인 로고, 색상, 구호를 포함한다.1라고 정의합니다. 물론 이 일반적인 정의는 켈러(Keller, 1993)가 말하는 브랜드 정의2와 가장 유사합니다. 반면 이런 이야기 외에 대가들은 각기 다른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아커(Aaker, 2012)는 자산가치까지 포함해서 브랜드로 보고 있으며3 케퍼러(Kapferer, 2012)는 자산 가치가 아닌 인상을 포함4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각기 조금씩 다른 브랜드에 대한 정의가 결국은 일반적인 브랜드 정의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고 결과적으로 그들을 나타내는 철학이 담긴 그 어떤 것이라는 점은 공통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반복되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좋은 브랜드란 결국 그 정체성을 잘 전달하는 것이고 잘 전달하려면 결국 잘 브랜딩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 (주)플랜아이 미래연구소가 너드팩토리라는 브랜드로 시작되는 지점에서 여느 가식적이고 예상 가능한 극적인 브랜드 소개가 아닌 우스꽝스럽고 괴짜 같은 저희를 정말 잘 표현하는 방법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로 우리의 기술 블로그 첫 번째 글은 ‘우리’를 표현하는 것에 집중해 비록 기술(Tech)블로그이지만 우리를 가리키는 브랜드와 그 브랜딩 과정을 출발점으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Background

(주)플랜아이는 용역을 기반으로 운영되던 회사에 또 다른 도전과 변화를 주고 싶다는 임직원의 열정을 모아 회사 내부에 R&D를 전담하는 연구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3명의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이 연구실은 ‘보다 나은 더 놀라운 미래 플랜아이’를 비전으로 마치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과 같은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며 점차 자기만의 색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인 제품화가 이루어진 2016년에는 지속적인 연구와 더불어 연구 결과들의 융합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현재의 능력보다 장래의 유망함, 한 사람의 성격보다 우리와의 조화를 중심으로 미래연구소로의 증편이 거듭되었고 그만큼 연구실의 색은 더욱더 뚜렷해졌습니다. 우스꽝스럽고 괴짜 같은 사람들이 모여 독특하고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 곳으로 명성이 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우리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우리의 브랜드를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Naming

제품이 아닌 우리의 문화, 철학, 정체성 등을 표현하기 위한 브랜딩을 처음 해보는 저희는 다른 기업들이 어떻게 브랜딩을 했는지부터 찾아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패스트캠퍼스에 소개된 에어비앤비의 사례5를 참고하며 적절한 페르소나(Persona)를 구축했고 우선은 우리가 우리 브랜드에 소속감을 느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례 연구 (Case study)를 통해 우리는 우리만의 브랜딩 방법을 만들어 나가며 우리는 그 첫 번째 과정은 당연히 네이밍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네이밍은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면서 결정할 수밖에 없는데 예상보다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그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선택하고 포기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우리는 유연한 상호작용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조금 남다른 과정을 거치며 네이밍을 했는데 흔히 사용하는 단계나 방법론이라는 표현보다는 핵심 요소 6가지로 고려되었다고 보시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감히 우리의 네이밍 과정은 ‘애자일했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키워드

키워드 선정은 단지 ‘우리’를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우리’와 ‘나’를 잘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고 영어처럼 s만 붙이면 복수형이 되어 단체를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언어의 복잡성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치밀하게 고민하며 조건을 걸자 자유로운 상상이 방해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책임자이자 조직장은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자처하고 거름망 역할을 하기로 했고 다른 이들은 자유롭게 생각나는 대로 의견을 던지는 것으로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악마의 대변인은 제니스(Janis, 1972)가 집단 사고(Groupthink)6에 대한 대안으로 제안한 것으로 사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검토 집단 자체를 이원화하며 제기된 주장에 대해 흠을 잡아내는 방법의 중심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발음

파열음이 전혀 섞이지 않은 발음으로 구성된 단어는 되도록 파열음을 넣어 그 발음이 듣는 이로 하여금 더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게 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이 파열음은 각인의 효과도 함께 불러오는데 입모양을 바꾸는 것을 강제하기 때문에 비슷한 입모양을 지속하는 연음이 가능한 발음들은 최대한 제외했습니다. 그렇다고 파열음의 배치가 과도하게 되어 우리가 우리를 소개할 때마다 상대방의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이 생기지 않게끔 키워드를 두고 계속 발음을 해보며 적정한 수위를 조절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메인 주소

인터넷 도메인 주소가 네이밍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웹에서 사용자들과 대면하는 빈도가 높은 우리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도메인 주소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 산업이 아니어도 최근 스마트폰 사용량이나 인터넷 사용 빈도를 고려하면 다른 산업에서도 인터넷 도메인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물론 .com이 일반인들도 가장 흔히 알고 있고 기억하기 쉬워 그 도메인을 위주로 보는 게 좋습니다만 우리는 최근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연구소 혹은 스타트업이 선호하는 .ai 를 위주로 탐색했습니다.

저작권

네이밍을 선정함에 있어 이미 지식재산권을 확보한 동일 키워드의 유사 상표가 있다면 마케팅 단계에서부터 모든 게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상표권 조회는 더 면밀하고 치밀하게 진행했습니다. 국내에는 KIPRIS에서 쉽게 조회가 가능한데 업종 분류나 서비스 분류까지 포함되어 있기도 해서 약간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또한 상표권이란 게 단순히 분류만 겹치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니라 그 특성도 이해해야 하는데 업종분류나 서비스 분류와 상관없이 널리 알려진 상표는 널리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상표권이 확보되기 때문입니다. 고로 최대한 광범위한 조건에서 유사상표가 없는 브랜딩을 하길 권합니다.

상상

마음에 드는 키워드가 전제 조건들을 모두 검토하는 시간을 갖는 동안 다른 참여자들은 이 단계에 머물렀습니다. 이 단계는 친인척을 포함한 지인부터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게 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내 회사를 알리며 내 업무를 소개할 때 심리적으로 불편함이 느껴지는지에 대한 실험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많은 키워드들이 탈락하는 고비가 되기도 합니다. 저희도 많은 키워드들이 여기서 제외되었는데 특히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덕후양성소’가 불편함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반대표를 던지며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 과정에서 더 발전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는데 덕후양성소가 가장 유력한 후보까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각자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그 일에 있어 전문가보다 더 많이 안다는 의미에서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하루 쉰 다음 날 덕후라는 표현 자체가 사회 전반에 걸쳐 우리나라에서는 좀 더 경멸적인 표현이기에 그 표현을 조금 더 중화시키고 우리를 잘 표현하는 단어인 너드(Nerd)로 변화를 주고 양성소 대신 팩토리(Factory)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결정

모든 일의 결정은 의문을 남기는데 특히 이 네이밍은 더 강렬하게 ‘정말 괜찮겠어?’, ‘더 나은 게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의 꼬리표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참여자들이 지쳐서 결정한 것일 수도 있어 그 자리에서 결정하기보다 다음 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잠시 지나가는 휴식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편안한 상태에서 그들도 겪었을 저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들어보고 결정하기를 권합니다.

너드(nerd)는 지능이 뛰어나지만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전형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중적이지 않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 활동을 하는데 과도한 시간을 보내며, 이러한 활동은 주류 활동에 배제되는 높은 과학 기술이나 픽션, 또는 판타지에 관련한 주제가 일반적이다. 또한, 많은 너드가 부끄럼이 많고 별나며 매력 없는 모습으로 묘사되며, 운동 경기에 참여하거나 응원하는 것조차 어려워하기도 한다. 너드는 경멸적이고 고정관념에 가까운 말이지만, 다른 경멸 언어의 경우처럼 일부에서는 자긍심과 단체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말로 재정의하기도 한다.

Brand Identity

결정된 네이밍을 토대로 우리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기에 돌입했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를 더 잘 표현하는 심벌(Symbol)을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디자이너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하는 일을 에어비엔비가 그랬듯 하나의 문장으로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는 것을 선행 작업으로 진행했습니다.

“너드팩토리는 괴짜들의 재능을 모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정보를 연결하는 기술을 연구합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키워드를 다시 추출해 너드, 연결, 시스템을 중심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그려나갔습니다. 어떤 하나의 공통적인 요소는 결국 노드와 링크처럼 보이는 안경의 모양이었고 이를 추출해 더 우리를 대표하는 그림을 더 잘 어울리게 다시 융합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NERD_pdf 너드팩토리 Brand Identity 연상 과정

그리고 드디어 우리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는 심벌이 등장합니다.

image-20181207111817634 너드팩토리 Symbol

image-20181207111808268 너드팩토리 Symbol + Brand Name

그리고 이 과정 중에 너드팩토리를 표현하는 위트와 열린 생각을 표현하는 포인트를 더 넣자는 의견이 나왔고 여러 가지 포인트를 넣어본 결과 여러 가지 혼동되는 이미지를 전달하지 않고 깔끔하고 심플한 초기의 전체 철학은 살리면서 추가 사항이 더 잘 표현된 최종본을 선택했습니다.

IMG_0117 너드팩토리 Brand Identity 최종본

이렇게 우리의 브랜드는 이제 시작을 알렸고 그 끝이 대기업이나 유명한 어느 스타트업만큼 되지는 않더라도 우리 너드팩토리는 더 새로운 기술과 제품으로 정보와 사람을 연결하고 그 연결에서 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지금과 변함없이 우스꽝스럽고 괴짜 같이 계속하겠습니다.

Acknowledgment

너드팩토리 BI제작에 도움을 주신 이복주 디렉터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References

  1. “브랜드”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media Foundation, Inc. 2018년 7월 2일. 웹사이트. 2018년 12월 7일. 

  2. Keller, Kevin Lane. “Conceptualizing, measuring, and managing customer-based brand equity.” the Journal of Marketing (1993): 1-22. 

  3. Aaker, David A. Building strong brands. Simon and Schuster, 2012. 

  4. Kapferer, Jean-Noel. The new strategic brand management: Advanced insights and strategic thinking. Kogan page publishers, 2012. 

  5. “브랜딩은 하나의 핵심에서 시작되어야한다. 에어비앤비 Airbnb” 패스트캠퍼스 Media. 패스트캠퍼스(주). 2017년 2월 27일. 웹사이트. 2018년 12월 7일 

  6. Janis, Irving L. “Victims of groupthink: a psychological study of foreign-policy decisions and fiascoes.”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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